흐려 있는 이 아침
지난밤 보았던 이 영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뱜새 뒤척이며
시인의 마음을 대변하듯 꿈을 꾸었나 보다
제자에게 자신의 부와 명예는 줄수 있었으나
찾아온 사랑은 줄수 없었나 보다
어쩌면 꺼져가는 마지막 몸부림일수도 있었겠다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 옛날일거 같은
아니 아득해지는
젊은 청춘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체념하는 모습을
석양을 지고 걸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에게 웃어주는 소녀
여자로 비추어지는 소녀
언제나 순결할거 같은 소녀
나이를 잊은
뒤늦게 찾아온 설레임에 가슴이 뛰게 하던
17살의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시인의 춘몽을 글들로
상상속의 소설을 그려내며
소녀와의 사랑을 재현하듯 꿈꾸었나 보다
제자의 충격적인 말에
니 젊음이 어떤 수고와 노력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듯
내 늙음이 내 잘못으로 얻어진게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서
내 가슴속에 각인되듯 감전이 되는듯 했다
그래 내 어찌 이 세월을 거스릴수 있단 말인가
풋풋한 모습으로
화장끼 없는 얼굴로
하얀 다리
종아리 내어 놓으며
뛰어 다니던 세월이 어느새 흘러 갔는데
할아버지 할아버지
마음이 아파요
가슴이 너무 아파오는거 같아요 하는 말에
그 감정 전달이 되듯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소녀도 시인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너무 외로워서 섹스를 하는거라는 소녀의 말을 들으면서
내것인듯
안 파고 들어
동굴 만들듯 내 집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시인의 이마에 키스를 하면서
시인과의 못 다한 사랑에
제자와 섹스를 했을까
몸은 여기인데
눈감듯
정신은 마음은 시인과의 사랑을 교감하고 있었을까
내가 그렇게 이쁜줄 몰랐다고
그렇게 이쁜 글로 탄생될줄 몰랐다고
잠깐의 스침으로
무릎베개로
짧은 시간에서
풋풋한 여인의 향기를 맡으며
가장 아름다운 말을 만들어 낼수 있었던 시인
네가 가장 이뻤을때 너를 사랑했다
그 어떤 섬세한 말도
그 어떤 표현도
시인을 따라갈수 없었던 제자의 욕망
소녀는 그 모든걸 알고 있으면서
각기의 다른 관심과 사랑으로 대신한거 같다
마지막
누워있는 시인의 침대에서 떠나가던날
그 누구도 자신을 그렇게 이쁜 아이로 표현할수 없었을거라는
거울이면 다 같은 거울인줄 아는 공대생이 무엇을 알겠느냐는
은교는 할아버지거라는
할아버지가 쓰신거라는 말들에
제자와의 스캔달이 이해가 되어 간다
은교야 잘 가라는 말과 함께
눈물 흘리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일거 같은
시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영화는 끝이 났다
친구랑 영화관에 가서 보기로 약속을 했던 영화다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사 보게 되었다
남편은 야구를 보고
나는 헤드셋을 끼고 칩으로 내려 놓은 영화를 보는데
야구와 영화를 번갈아 가며 보면서
처음에는 이곳 저곳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느새 영화에 열중해 지면서
너무나 이쁜 말들에
시의 주제들에 관한 말들에 볼륨을 높히며 몰입해 들어갔다
연필심이 뽀죽하면 눈물일거 같다라는 말에
엄마가 처음으로 사준 거울이여서 소중하다는 말에
수천 수만개가 있어도
단 하나가 소중하다는 절규에도
나는 모든게 공감이 간다
나는 하지 않아서 그렇지
참으로 도발적이고 위험한 여자인줄도 모르겠다
나이든 시인의 주름에 슬픔이 보였고
들뜬 마음들이 스며드는듯 했고
그 사랑에 손을 들고 싶은 마음들이 생겨났으니
꺼져가는 촛불을 바로 세우듯
시인의 사랑에 누가 돌을 던질수 있을까
모든걸 다 내어 놓을수 있었어도
내 사랑만큼은
하얗게 비추어지던 그 마음들은 지켜줬으면 했던
어린 소녀을 사랑했던
늙은 시인의 사랑
.
.
.
참 그래
내 마음이 참 그래..
2012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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